문화
“제주가 이렇게 달라진다” 세계 미술가 집결
작성 : 2026.09.17. 오후 09:02
제주가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세계 미술과 연결하는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했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가 지난달 25일 막을 올리면서 오는 11월 15일까지 83일간 제주 곳곳에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제주만의 신화와 역사, 돌문화 등을 세계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지역의 이야기를 국제적인 예술 언어로 확장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 변용의 기술’이다. 제주어로 섞고, 모으고, 흥을 돋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주의 독특한 토착문화가 외부의 문화와 만나 섞이고 변화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은 과정을 예술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17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이번 행사의 핵심어인 ‘변용’에 대해 설명했다. 대륙의 문화가 제주에 들어와 토착문화와 섞이고 융합하면서 어떻게 독창적인 문화로 정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어 제주가 가진 뿌리를 신화에서부터 살펴보고, 제주라는 지역의 언어가 세계와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는 데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만의 고유한 문화에서 출발해 세계 미술과 소통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가 내세운 방향이다.

이번 행사는 비교적 제한된 예산에도 제주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해 규모를 키웠다. 약 18억원의 예산으로 전 세계 20개국에서 69개 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제주만의 역사와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작가와 작품을 연결하면서 지역 비엔날레의 범위를 넓혔다.
전시는 크게 ‘유배’, ‘돌문화’, ‘신화’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먼저 ‘유배’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제주 생활과 발자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추사의 시선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제주가 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예술을 통해 풀어낸다.
‘돌문화’에서는 화산섬 제주가 가진 자연환경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는 인공지능(AI)과 현대 조각을 결합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과 기술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질문하면서 제주의 대표적인 자연 요소인 돌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신화’는 제주 원도심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제주의 건국 신화와 해녀, 굿 문화 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제주아트플랫폼의 대형 미디어 벽화와 옛 극장을 채운 초상화 등은 전통적인 제주 문화와 현대미술이 만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제주도립미술관 본 전시장에 들어서면 피에르 파브르의 대형 설치작품 ‘제주 라바(Lava)’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자연을 퍼포먼스의 무대로 활용해 온 작가의 작품으로, 수천 년 전 바다에서 솟아난 화산섬 제주를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3만5000년 전 선사시대 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화산 형상으로, 2011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번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다시 제주에서 작품을 펼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선이 예술을 통해 만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시 기간에는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작가들과 관람객이 이야기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와 제주의 전통 굿 행사가 진행된다. 10월에는 과거 영화관으로 사용됐던 제주아트플랫폼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과 국제 학술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제5회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를 비롯해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레미콘 등 제주 곳곳의 5개 공간에서 진행된다. 한 곳의 미술관에 작품을 모으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의 다양한 공간 자체를 전시장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시민갤러리에서는 이진경의 ‘시작 ‘나는 초록인가’’를 통해 제주 민란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작품 속 ‘초록’은 여러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존재를 표현하며 끊임없이 미래를 향하는 제주 정신과 연결된다.
이번 제주비엔날레는 제주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세계 미술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유배와 돌, 신화처럼 제주를 상징하는 소재를 현대적인 작품으로 풀어내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제주라는 지역의 이야기를 국제적인 예술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15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이어지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을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