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첼로 신동, 이제는 380명 이끄는 수장이 되다

작성 : 2026.04.06. 오후 05:23
 한국 공연예술의 심장부인 예술의전당에 전례 없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0개월간 공석이었던 사장 자리에 세계적인 지휘자 장한나(43)가 임명되면서, 공연계는 놀라움과 기대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1982년생, 40대 초반의 여성 음악인이 대한민국 대표 공연장의 수장이 된 것은 1988년 개관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그간의 관행을 완전히 깨는 파격적인 인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한나 신임 사장이 30년 넘게 세계 최정상 무대에서 쌓아온 풍부한 현장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했다. K-컬처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현시점에서, 그녀가 예술의전당에 새로운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 사장 역시 "세계 공연계의 경험을 한국 문화예술에 기여하는 데 보태겠다"며, "예술의전당이 더 많은 이에게 열린 문화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녀에게 예술의전당은 9살의 나이로 처음 무대에 섰던 '고향'과도 같은 특별한 공간이다. 첼로 신동으로 불리며 11세에 세계적 콩쿠르를 제패한 이후, 베를린 필하모닉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연주자로 명성을 쌓았고, 2007년부터는 지휘자로 변신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왔다.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 기관의 경영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그녀가 현재 유럽 등 해외를 중심으로 활발한 지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장 임명 이후에도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에서 예정된 공연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라, 자칫 경영 공백이 발생하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삶과 예술의전당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영인으로서 그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예술의전당은 2023년 65억 흑자에서 2024년 76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으며, 총 관람객 수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380여 명에 달하는 내부 조직을 이끌며, 약 120만 명의 회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보여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

 

결국 장한나 사장의 성공 여부는, 행정 경험의 부재라는 약점을 자신의 독보적인 예술적 자산과 글로벌 감각으로 어떻게 상쇄하느냐에 달려있다. 무대 위 아티스트의 호흡을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연장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공연계의 모든 시선이 그녀의 첫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