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에베레스트, 하루 274명 등정 역대 최다 기록

작성 : 2026.05.22. 오후 09:35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하루 최다 등정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심각한 과밀화 몸살을 앓고 있다. 네팔 관광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에만 무려 274명의 등반가가 정상에 올라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지난 2019년에 세워진 223명 등정 기록을 7년 만에 경신한 수치다. 올해 봄 시즌은 기상 악화와 거대 얼음 덩어리로 인해 등반로 확보가 늦어졌으나, 날씨가 호전된 짧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이 같은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번 기록 경신은 네팔 정부의 등반 허가료 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에베레스트를 향한 열망이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네팔 당국은 등반객 조절을 위해 허가료를 1만 5,000달러까지 올렸으나, 올해 외국인 등반 허가 신청은 오히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인 등반객 1인당 최소 1명 이상의 네팔인 가이드가 동행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실제로 산에 오르는 인원은 허가 인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국이 티베트 루트를 폐쇄하면서 네팔 쪽 남쪽 루트에만 인파가 집중된 점도 과밀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해발 8,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이다. 일명 '죽음의 지대'라 불리는 이 구간은 산소가 희박해 보조 산소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곳이다.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된 사진 속에는 설원 위로 수백 명의 등반가가 밧줄 하나에 의지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담겨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보조 산소를 사용하더라도 이 고도에서 20시간 이상 머무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정체 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소 고갈과 저체온증으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화려한 기록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희생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시즌에만 벌써 여러 명의 산악인과 가이드가 목숨을 잃었다. 힌두 달리트 계층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비제이 기미레가 고산병으로 숨졌으며, 베테랑 가이드들이 크레바스 추락이나 탈진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기록을 향한 집념과 상업적 등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전 수칙이 경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베레스트가 더 이상 도전의 장이 아닌, 자본과 기록 경쟁의 각축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네팔의 카미 리타 셰르파는 이번 시즌 자신의 32번째 등정에 성공하며 세계 최다 등정 기록을 다시 썼고, 라크파 셰르파 역시 여성 최다 등정 기록을 11회로 늘렸다. 특히 러시아의 두 다리 절단 장애인 루스탐 나비예프가 의족 없이 오로지 팔 힘만으로 정상에 오른 사건은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이러한 상징적인 성공 사례들은 에베레스트 등반이 가진 복합적인 가치를 대변하며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상업 등반 업체들은 충분한 산소 공급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현재의 인파도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악계 내부에서는 등반객 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팔 정부 역시 기록 경신에 따른 관광 수입 증대를 반기면서도, 안전 사고 예방과 환경 보호라는 난제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에베레스트를 둘러싼 기록의 환희와 죽음의 공포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등반 문화를 위한 국제적인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