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 제대로 도서전, '돈맛' 본 도서전 거부

작성 : 2026.06.26. 오후 07:09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라운지가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25일 오후 4시, 제1회 '서울 제대로 도서전'이 개막하자마자 200여 명의 인파가 쏟아져 들어오며 장내를 메웠다. 안전을 위해 도입한 사전 예약 시스템은 단 10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현장을 찾은 이들은 단순히 책을 사러 온 손님을 넘어, 위기에 처한 출판 생태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모인 연대자들이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국제도서전의 변질에 항의하는 출판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대안적 축제다. 전국 각지의 출판사와 동네 서점, 작가 등 51개 팀이 뜻을 모았고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탰다. 이들은 70년 가까이 공적 자산으로 여겨졌던 서울국제도서전이 최근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윤만을 쫓는 영리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부스 비용이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출판사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점이 갈등의 핵심이다.

 


현장에서 만난 출판인들은 대형 자본 위주로 재편된 기존 도서전의 문법을 거부했다. 제대로 도서전은 모든 참가 팀에게 동일한 크기의 부스를 제공하고 위치 또한 무작위로 배정해 공간이 주는 권위와 위계를 없앴다. 화려한 굿즈나 자극적인 이벤트 대신 서가에는 어린이, 여성, 환경, 인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5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참가비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작은 출판사들이 부담 없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독자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대형 전시장 특유의 혼잡함과 상업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책을 만든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현장에는 자신이 가져온 책을 낭독하거나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독서 본연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또한 비닐 봉투 대신 시민들이 기증한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모습도 기존의 대규모 상업 행사와는 차별화된 지점이었다.

 


지역 출판계와 작가 단체도 목소리를 보탰다. 광주에서 올라온 서점 운영자는 유통 체계의 일원으로서 출판인들과 행동을 같이하기 위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가노조 측 역시 특정 단체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출판업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는 만큼, 도서전 운영에 있어 공공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대로 도서전은 26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의 흥행을 반기면서도, 역설적으로 이 도서전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안 도서전이 열려야만 했던 원인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모두가 화합하는 공공의 축제로 돌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출판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된 독자들의 지지를 동력 삼아 도서전 운영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