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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찬 김의 배신' 마른김 2년 만에 50% 폭등

작성 : 2026.02.02. 오전 11:31
식탁 위의 영원한 단짝이자 국민 반찬으로 사랑받아온 김이 이제는 금값으로 불릴 만큼 귀한 몸이 되었다. 마른김 가격이 3년째 멈출 줄 모르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평소 장바구니에 가볍게 담았던 김 한 봉지가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정보를 살펴보면 마른김(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월 하순 기준으로 10장당 1515원을 기록했다. 열흘 단위로 집계되는 순별 평균 소매가격이 1500원의 벽을 넘어선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장당 100원 수준이었던 가격이 어느덧 150원을 돌파하며 50%에 육박하는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김 가격의 상승 곡선은 지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연간 마른김 평균 소매가격은 2023년에 전년 대비 10% 오르며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장당 100원을 넘겼고, 2024년에는 무려 25%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도 8%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밥상에 올리는 조미김이나 김밥용 김을 구매해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비명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김 가격이 치솟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한국 김 열풍, 즉 수출 물량의 급증을 꼽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김이 저칼로리 건강 간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로 유통되어야 할 물량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 수출량은 전년 대비 13.7%나 증가한 1억 699만 속(1속당 100장)에 달했다. 주요 수출 국가로는 일본이 18.6%로 가장 많았으며 중국, 태국, 미국, 러시아, 대만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의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 맛에 빠지면서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해양수산부의 분석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양영진 수산정책관은 2024년 대비 2025년 생산량이 약 5000억 속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국내 소비 증가 폭이 생산량을 훨씬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 단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국내 가격도 이에 동조화되는 경향이 강해 가격이 쉽게 내려가기 힘든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수출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국내 공급 단가 역시 덩달아 뛸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다.

 

문제는 김 가격의 폭주가 전체 수산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김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9%나 급등했다. 명절 단골 손님인 조기(10.5%)와 고등어(10.3%)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지만 김의 상승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을 포함한 주요 수산물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작년 전체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1%의 세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사실상 수산물이 전체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양수산부는 김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소비자 할인지원을 통해 수출 증가가 국내 장바구니 물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하고 가격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마트에서 김 한 봉지를 집어 들 때마다 달라진 가격표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은 국민 반찬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케이 푸드의 위상은 자랑스럽지만, 정작 우리 식탁에서 김이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상황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당분간은 김 한 장도 아껴 먹어야 하는 금김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