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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3명 중 2명은 '만기 소진'
작성 : 2026.06.18. 오후 08:52
국내 실업급여 수급자 3명 중 2명은 재취업에 성공하기보다 정해진 수급 기간을 모두 채워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구직급여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수급 종료자 가운데 소정급여일수를 끝까지 소진한 사람의 비중은 65.3%에 달했다. 이는 구직급여가 실직자의 빠른 현장 복귀를 돕는 가교 역할을 하기보다, 수급 기간이 끝날 때까지 경제활동을 유예하게 만드는 이른바 '버티기 지원금'으로 변질되었음을 시사한다.이러한 만기 소진율은 과거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60%대 중반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실업급여가 구직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기보다는 오히려 꺾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의 세후 실수령액보다 실업 상태에서 받는 급여 하한액이 더 높은 기형적인 구조가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하는 사람보다 쉬는 사람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해졌다.

국제적인 지표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정규 실업보험 소진율이 40%를 밑돌고 있으며, 캐나다와 프랑스 역시 각각 30%대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소진율이 주요국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높은 이유는 구직급여 하한액 설정 방식에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구직급여 하한액 비율은 41.9%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이는 OECD 평균인 19.9%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해외 주요국들은 실업급여가 장기 수급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촘촘한 안전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조기 재취업 성공 시 남은 급여의 최대 70%를 인센티브로 지급해 빠른 복귀를 유도한다. 미국은 수급 초기부터 구직 활동을 밀착 관리해 장기 실업을 사전에 차단하며, 프랑스는 실업률 등 경기 상황에 따라 보상 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경기 연동형 제도를 시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유인책이 부족해 만기 소진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보험 기금의 건전성 악화도 제도 개편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반복 수급자와 만기 소진자가 늘어날수록 기금 고갈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하한액 하향 조정이나 폐지, 수급 요건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실업자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하한액 조정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경영계와 정부는 제도적 허점을 방치할 경우 고용 시장의 활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업급여가 단순한 시혜적 복지를 넘어 실질적인 재취업 디딤돌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구조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구체적인 고용보험 체질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