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브리 '원령공주', 가부키로 도쿄서 부활

작성 : 2026.07.03. 오후 09:37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인 가부키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를 품고 현대적인 변신을 꾀한다.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쇼치쿠는 7월 3일부터 8월 23일까지 도쿄 신바시 엔부조에서 슈퍼 가부키 '모노노케 히메'를 공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7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원작의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가부키 특유의 화려한 미학으로 재해석한 이번 무대는, 전통 예술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젊은 층과 외국인 관객까지 흡수하려는 야심 찬 기획이다.

 

이번 공연의 핵심인 '슈퍼 가부키'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현대적 가부키 장르로, 고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파격적인 무대 효과와 빠른 전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배우가 와이어에 의지해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 '주노리' 기법이나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는 '하야가와리' 같은 역동적인 연출은 관객들에게 마치 한 편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을 보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어려운 고어 대신 현대어 대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가부키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도 극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인공 아시타카 역을 맡은 이치카와 단고는 이번 무대에서 사슴 신인 '시시신'까지 1인 2역을 소화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개막 전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원작을 무대로 옮기는 수준을 넘어, 가부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입체적인 연출로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원령공주 '산' 역의 나카무라 이치타로 역시 기존 가부키의 정적인 여성 배역 이미지를 탈피해 격렬한 검술 액션을 선보이며, 야생의 생명력을 지닌 원작 캐릭터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무대 위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대규모 전투 장면을 연상시키는 군무와 화려한 조명, 입체적인 세트 전환이 쉼 없이 이어진다. 이는 가부키가 지닌 고전적 발성과 분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의 액션과 음악을 결합해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문 결과물이다. 제작사인 쇼치쿠 측은 이번 공연이 지브리 팬들에게는 익숙한 서사의 새로운 변주를, 가부키 팬들에게는 전통의 현대적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문화계에서는 최근 이처럼 유명 IP를 전통 예술과 결합하는 시도가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가부키화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연극 무대화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전통 예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모노노케 히메'는 원작의 인지도가 워낙 높은 만큼, 일본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시각적인 즐거움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슈퍼 가부키의 개막은 전통이 어떻게 현대와 호흡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거대한 사슴 신이 무대 위를 장악하고 배우들이 허공을 가르는 광경은 가부키가 더 이상 낡은 유산이 아님을 증명한다. 지브리의 철학적 서사와 가부키의 기술적 화려함이 만난 이번 공연은 올여름 도쿄를 찾는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일본 문화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목격하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아시타카의 여정이 시작된 오늘, 신바시 엔부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