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0년째 매진 행렬, '신과 함께' 롱런 비결은?

작성 : 2026.07.06. 오후 10:09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까. 대개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순간에 이르러서야 지나온 날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린다고들 하지만,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그 성찰의 시간을 무대 위로 당겨와 관객들에게 강력한 삶의 환기를 선사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평범한 망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거치는 과정을 그린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김자홍의 여정을 따라가며 익숙함에 가려졌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극의 중심축은 어리숙하지만 열정 넘치는 국선 변호사 진기한과 그의 첫 의뢰인 김자홍의 지옥 재판기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직장인 김자홍조차 저승의 엄격한 잣대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과로로 인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불효라는 죄목으로 다뤄지는 지옥의 풍경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안긴다. 동시에 원귀를 쫓는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로 흐르며 극의 역동성을 더한다. 원칙을 중시하던 차사 강림이 인간적인 사연 앞에 고뇌하는 모습은 법과 정의, 그리고 인간애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무시무시한 지옥의 심판대 위에서도 인간성의 승리를 노래한다는 점이다. 김자홍은 자신의 사소한 잘못까지 솔직하게 고백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를 향한 진기한의 무한한 신뢰는 마침내 구원의 열쇠가 된다. 저승차사들 역시 단순한 집행자가 아닌 억울함을 풀어주는 안내자로 묘사되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김자홍의 여정이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면, 차사들의 서사는 현재의 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대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 역시 10년 넘게 사랑받은 비결이다. 공연장 중앙을 차지한 거대한 원형 무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모든 생이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특히 무대에 경사를 주어 배우들의 움직임에 역동성을 부여한 점이 인상적이다. 장면마다 인물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넘버들은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며, 서울예술단 특유의 절도 있고 화려한 군무는 작품의 예술적 품격을 한 단계 높여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유연함은 '신과 함께'만의 매력이다. 지옥 세계의 상점들을 현실의 유명 브랜드를 패러디한 '다죽소', '죽었디야커피' 등으로 꾸민 재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긴장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권선징징의 서사를 유쾌하고 대중적인 오락물로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창작 뮤지컬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할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났던 이번 시즌은 이제 지역 관객들을 찾아간다. 대학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신과 함께_저승편'은 오는 24일과 25일 양일간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그 감동의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웹툰과 영화를 넘어 무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과 깊이 있는 서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