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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팀 나왔지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김재환의 FA 재수, 이대로 실패하나

작성 : 2025.11.27. 오후 06:19
 18년간 '베어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거포 김재환이 정든 유니폼을 벗고 시장에 나왔다. 두산 베어스는 26일, 김재환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사실상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는 4년 전 FA 계약 당시 포함했던 특별 조항에 따른 것으로, 김재환은 이제 보상 선수도, 보상금도 필요 없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 몸'이 되었다. 통산 27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국가대표급 강타자를 아무런 부담 없이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차갑기만 하다. 유력 행선지로 꼽혔던 영남권 구단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면서 거포의 겨울은 예상보다 춥고 길어질 전망이다.

 

김재환은 2008년 데뷔 후 오직 두산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자 2010년대 두산 왕조의 중심을 지킨 타자다. 2018년에는 44홈런 13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왕을 휩쓸며 정규시즌 MVP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당초 FA를 재신청하지 않고 두산과 비FA 다년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에 이번 결별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김재환으로서는 18년간 몸담았던 팀에 남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그림이었겠지만, 그는 비난을 감수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시장에 나오는 실리를 택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뜨거운 러브콜이 아닌 차가운 외면이었다.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꼽혔던 영남권 구단들은 약속이나 한 듯 영입에 선을 그었다. 팀 홈런 최하위로 장타력 보강이 시급한 롯데 자이언츠는 "외부 영입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한 NC 다이노스 역시 외야 자원이 풍부하고, 높은 연봉을 맞춰줄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최근 FA 시장에서 최형우 영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삼성 라이온즈마저 김재환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미지' 문제가 영입 고려 대상에서 그를 배제시킨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시선은 수도권과 다른 지역 구단으로 향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SSG 랜더스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한유섬 외에 마땅한 좌타 거포가 없는 SSG의 팀 사정상 김재환은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만약 KIA 타이거즈가 협상 중인 최형우를 놓칠 경우, 그 대안으로 김재환에게 눈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타력 보강이 팀의 제1 과제인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 역시 잠재적인 행선지로 꼽힌다. 다만 이들 구단 모두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하다. 결국 김재환은 구단과의 계약 조항을 영리하게 활용해 누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정작 자신을 받아줄 팀을 찾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276홈런 거포의 새 팀 찾기는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