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석 위에 지은 피란민의 집'…부산의 아픈 역사, 세계유산 된다

작성 : 2025.12.12. 오후 07:53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하는 역사적인 과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국가유산청은 12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개최 도시인 부산시와 공식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업무협약에는 세계유산위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이 담겼다. 국가유산청은 원활한 행사 진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적극 지원하며, 부산시는 국제적인 회의 개최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교통, 숙박 등 도시의 핵심 기반 시설을 활용한 최적의 국제회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탠다. 특히 양 기관은 이번 행사를 K-헤리티지의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세계유산과 연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바로 그 도시, 부산이 지닌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되면서, 이번 위원회 개최는 부산의 유산을 전 세계 유산 전문가들에게 직접 선보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더할 나위 없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경무대(임시수도기념관),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부산항 제1부두, 유엔기념공원 등 11개의 요소로 이루어진 이 연속유산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세계유산 등재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이 개최지로 최종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6월, 부산의 우수한 국제회의장 시설과 편리한 접근성, 그리고 주변에 위치한 다른 세계유산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높이 평가하여 국내 개최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 15일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부산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최종 개최 도시로 확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국가유산청은 부산시를 비롯해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통해 K-헤리티지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