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AI로 부활한 故김성재 목소리…이현도가 유족에게 '저작권료' 건넨 이유

작성 : 2025.12.18. 오후 06:30
 30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그룹 듀스의 멤버 이현도가 세상을 떠난 동료 고(故) 김성재를 향한 변치 않는 의리를 보여주며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안기고 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김성재의 목소리를 복원하여 28년 만에 듀스의 이름으로 발표한 신곡 '라이즈(Rise)'의 권리 일부를 김성재의 유족과 나누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동료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그의 예술적 기여를 현재의 결과물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그 결실을 유족과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 깊은 행동으로, 음악계에 훈훈한 미담을 전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저작인접권'의 분배에 있다. 저작인접권이란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쓴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과는 별개로,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연주하는 실연자, 그리고 음반을 제작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이현도는 신곡 '라이즈'의 작사, 작곡가이자 실연자로서 모든 권리를 가질 수 있었지만, 동료였던 김성재를 향한 헌정의 의미를 담아 자신의 몫으로 책정된 저작인접권의 일부를 김성재의 몫으로 분배하겠다는 뜻을 사단법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에 직접 밝혔다. 이에 음실련은 현행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김성재의 유가족에게 저작인접권 분배금의 일부를 지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분배 구조를 마련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신곡 '라이즈'는 1995년 11월 20일, 솔로 데뷔 방송 바로 다음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성재의 목소리를 최신 AI 기술로 복원하여 완성한 곡이다. 과거 듀스 활동 시절의 음원 자료에서 김성재의 음성 데이터만을 정교하게 추출하고 학습시켜, 마치 그가 2024년에 직접 녹음한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를 구현해 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낸 기적과도 같은 결과물에 이현도는 자신의 권리를 나누는 인간적인 결정을 더함으로써, 노래에 담긴 추모의 의미를 더욱 깊고 진실하게 만들었다.

 

김승민 음실련 전무이사는 "이번 결정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음악의 중심에는 여전히 실연자와 그들의 관계,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1993년 데뷔하여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듀스. 비록 김성재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활동은 멈췄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이현도가 보여준 변치 않는 우정은 AI 기술과 맞물려 두 사람의 음악을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로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