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BS교향악단 70년, 임윤찬과 손민수가 잇는 클래식 계보
작성 : 2026.07.23. 오후 06:42
두 대의 피아노가 마주 보는 무대 위로 사제가 나란히 앉았다.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서주가 흐르는 동안 제자는 설레는 표정으로 스승의 시선을 쫓았고, 이내 두 사람의 손끝에서는 하나의 악기인 듯 닮은꼴 선율이 피어올랐다. 지난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KBS교향악단 창단 70주년 특별연주회는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임윤찬이 보여준 예술적 유대감으로 가득 찼다. '전통과 계승'이라는 이번 공연의 주제에 걸맞게, 열세 살부터 스승을 사사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한 임윤찬과 그의 음악적 뿌리인 손민수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한국 클래식의 역사를 상징했다.이날 사제가 선택한 곡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이었다. 모차르트가 자신의 누이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두 피아노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구조가 특징이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마치 오랜 시간 맞춰온 하나의 호흡처럼 매끄러운 앙상블을 선보였다. 특히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두 대의 피아노만 선율을 주고받는 대목에서는 타건의 강도와 음색의 질감까지 일치해, 눈을 감고 들으면 한 사람이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한 일체감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 두 사람의 몸짓 또한 사제가 똑 닮아 있었다. 격정적인 표현보다는 곡의 밝고 유연한 성격에 맞춰 차분하면서도 유려하게 리듬을 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마치 사적인 레슨실에서 흐르는 편안한 대화를 엿듣는 듯한 친밀감을 선사했다. 선창한 피아노의 악절을 다른 피아노가 즉시 이어받아 옥타브를 넘나들며 변주하는 과정은 협주곡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흡수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제자와, 그 성장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스승의 신뢰가 건반 위에서 아름답게 교차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멈추지 않는 박수 갈채 속에 이어진 앙코르 무대였다. 무대 스태프들이 두 개의 의자를 하나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붙여 놓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쑥스러운 듯 미소 짓던 임윤찬은 스승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바흐의 칸타타 '하느님의 시간이 최고의 시간'을 연주했다. 한 대의 피아노를 공유하며 사제가 함께 빚어낸 경건한 선율은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고, 연주가 끝난 뒤 제자의 손을 굳게 맞잡은 스승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KBS교향악단은 이어지는 2부에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통해 창단 7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전원적인 풍경을 연상시키는 밝은 선율과 간간이 섞인 단조의 쓸쓸함이 교차하는 이 곡은 지난 70년간 한국 클래식 음악사의 굴곡을 함께해온 악단의 발자취를 연상케 했다. 지휘자 스즈키 마사토는 곡의 구조를 명확하게 살려내며 고조된 감정을 이끌어냈고, 마지막 악장의 웅장한 팡파르와 함께 관객들은 악단의 역사에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번 연주회는 단순한 기념 공연을 넘어 한국 클래식의 찬란한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확인한 자리였다. 스승 손민수로부터 이어진 음악적 유산이 임윤찬이라는 젊은 거장을 통해 어떻게 꽃피우고 있는지를 증명한 사제의 협연은 오랫동안 회자될 명장면으로 남게 됐다. 열정적인 지휘와 단원들의 헌신적인 연주, 그리고 사제가 보여준 예술적 경의가 어우러진 이번 무대는 70년을 이어온 KBS교향악단의 저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