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친코’ 이민진 신작, 한국인을 잇는 ‘교육’
작성 : 2026.10.01. 오후 09:58
“전 세계 한국인을 하나로 묶는 가치가 무엇일까. 제게는 교육이었다.”
소설 ‘파친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신작에서 한국인 디아스포라를 연결하는 공통의 경험으로 교육을 바라봤다. 9월 29일 한국어판이 출간된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은 한국과 미국, 호주를 오가는 한 가족의 삶을 통해 교육과 이민, 계층, 가족의 의미를 다룬다.
‘아메리칸 학원’의 시간적 배경은 1992년부터 2007년까지다. 주인공 가족은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과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여러 나라를 오간다. ‘파친코’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배경에 식민지배와 역사적 격변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교육이 가족의 이동과 선택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이 작가는 전 세계 한국인들의 삶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교육에 대한 생각을 모았다. 그는 이번 소설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한국인들을 인터뷰했고, 교육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공통의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학원이라는 공간 역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는 핵심 소재로 선택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대치동을 방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학원 원장과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을 만나고 학교 수업에도 참여하면서 교육 현장의 모습을 살폈다. 미국에서 자란 작가가 한국의 교육 현실을 직접 관찰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의 세부 내용을 구성한 것이다.

소설이 다루는 시기는 외환위기와 맞물려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가족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자녀들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실제 이 작가는 외환위기가 한국인들에게 매우 강렬한 역사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시 사람들의 경험을 세심하게 살피며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작품에서는 영어와 유학 경험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언어 능력과 해외 교육 경험이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통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교육적 차이를 보여준다.
교육을 둘러싼 압박은 한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 역시 자녀의 학교와 대학 진학을 둘러싼 선택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한국과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각 사회가 교육에 부여하는 의미와 기대를 마주하게 된다.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 이후 세계적인 작가가 됐지만, 작품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질문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독자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작가로서 독자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단순히 이야기를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지식,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걷는 듯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학원’은 교육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현실만 다루는 작품은 아니다. 한국에서 미국과 호주로 이어지는 가족의 이동을 따라가며 교육이 이민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무엇을 감수하는지, 그리고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이 가족의 선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살펴본다.
결국 이민진이 이번 작품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한국인에게 교육이 무엇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나라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공유하고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주려 하는지를 묻는다. ‘파친코’에서 한국인의 역사를 따라갔던 이민진은 이번에는 교육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한국인의 삶을 들여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