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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UN 경고 뚫고 가자 점령 강행..중동 긴장 최고조

작성 : 2025.08.13. 오전 12:37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북부의 최대 도시이자 하마스의 최후 거점으로 꼽히는 가자시티 점령 작전을 공식화하며 전쟁의 향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발표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이스라엘이 기존의 ‘두 국가 해법’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국을 제외한 주요 우방국들까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움직임에 나선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시티 점령이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군에 신속한 작전 수행을 지시했다. 가자시티는 전쟁 발발 전까지 팔레스타인 인구가 가장 밀집했던 중심지로,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체의 약 75%를 통제하고 있지만 하마스 핵심 세력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해 하마스의 군사적 기반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방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내달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들도 이미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을 제외한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 4개국이 모두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는 이스라엘 계획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까지 우려를 표하며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엔 사무차장보는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이 또 다른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의 반발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제시한 ‘종전 5대 원칙’이 있다. 그는 하마스 무장 해제, 모든 인질 귀환, 가자지구 비무장화, 이스라엘 안보 통제, 그리고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아닌 대안 민간 행정부 수립을 내걸었다. 이는 국제사회가 오랜 기간 지지해 온 ‘두 국가 해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상이다. 두 국가 해법은 PA가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합법 정부로서 통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네타냐후 계획에는 PA가 빠져있고 이스라엘이 직접 선택한 대안 행정부를 세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팔레스타인 측과 국제사회의 구상 모두를 거부하는 셈이다. 이런 강경 노선은 이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협력 가능성을 차단하고 장기적인 분쟁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좌파 진영은 가자시티 점령이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우파 진영에서는 점령 계획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하마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가 밝힌 계획에는 개시 시점, 점령 기간, 과거 점령과의 차별성, 점령 이후 가자지구 통치 주체 등 핵심적인 세부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속 빈 강정’에 비유하며, 명확한 전략 부재를 문제 삼았다. 22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이스라엘군의 피로도는 한계에 이르고 있다. 약 17만 명의 현역병과 46만 명의 예비군이 동원된 가운데, 전쟁 비용과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구 전략 없이 가자시티를 점령하는 것은 군사적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군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NYT는 이스라엘군 수뇌부가 인질 안전과 병력 부담을 이유로 점령 계획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표가 군사적 필요보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네타냐후가 강경한 안보 이슈를 내세워 보수층 결집을 유도하고 정권 유지를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전문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니아는 네타냐후가 인질 협상을 원하는지, 가자지구 완전 정복을 원하는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며, 이스라엘군조차 ‘가자시티 장악’이라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미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라말라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언론인 살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서안지구 나블루스 인근 난민 캠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무기를 조준한 채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자시티 점령 계획은 단순한 전술적 작전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나아가 국제사회의 향후 중동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전략과 출구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의 강경 행보는 장기적인 안보 불안과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