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미국 보란듯이…푸틴과 손잡은 인도, '로켓 엔진'까지 사기로 했다

작성 : 2025.12.04. 오후 06:1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년 만에 인도를 국빈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갖는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후 해외 방문을 극도로 자제해 온 푸틴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보로,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와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 및 방산 협력과 같은 민감한 현안이 논의될지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저녁 뉴델리에 도착해 모디 총리 관저에서 비공개 일대일 회담을 진행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번 비공개 회담이 “양국 관계와 국제 정세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민감하며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할 절호의 기회”라고 밝혀, 공식 의제인 정치, 무역, 과학기술, 문화 협력을 넘어선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임을 시사했다. 양국은 이번 방문 기간에 1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며, 특히 러시아 연방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인도와의 로켓 엔진 공급 계약 체결 계획을 공식화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예고했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미국이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 문제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국가들의 제재 동참 요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리며 실리를 챙겨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고삐를 더욱 조이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대주고 있다는 명분으로 지난 8월부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주요 원유 기업 두 곳을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이들과 거래하는 인도 기업들 역시 2차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공교롭게도 인도는 미국과 연말까지 1단계 관세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다시 늘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유 문제와 더불어 양국의 뿌리 깊은 방산 협력 관계가 이번 회담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무기 수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최근 미국, 프랑스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이미 계약은 체결되었으나 아직 인도되지 않은 물량에서는 러시아산 무기가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단순 구매를 넘어 공동 개발 형태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온 만큼, 양국 간의 방산 협력은 쉽게 끊어내기 어려운 관계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인도가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 사이에서 어떤 외교적 균형점을 찾아 나갈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