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중박, K-푸드 뿌리 찾는다

작성 : 2026.06.30. 오후 10:25
 한국인이 수천 년간 마주해 온 일상의 풍경이자 문화적 뿌리인 '밥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일부터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식문화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애환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K-푸드의 원형을 탐구하고, 먹는 행위가 예술과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왔는지를 684점의 방대한 전시품을 통해 증명한다.

 

전시의 서막은 한반도 농경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볍씨가 연다.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발견된 탄화미는 약 3천 년 전 청동기시대부터 벼농사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유물이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삼국시대의 나무 도마와 무령왕릉 출토 청동 수저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조리 기구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1,700년 전의 도마와 1950년대 박수근이 그린 도마 그림을 나란히 배치한 연출은 시대를 관통하는 정성이라는 가치를 시각화한다.

 


조선 시대 미식가 허균의 기록인 '도문대작'은 이번 전시의 서사적 깊이를 더한다. 유배지에서 거친 음식을 먹으며 과거에 맛보았던 팔도의 진미를 떠올리며 쓴 이 문헌은, 당시의 식재료와 지역별 특색을 생생하게 전한다. 허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방풍죽과 전복, 뱅어 등의 이야기는 영상과 유물을 통해 재현되며, 백성의 삶과 밀착되어 있던 고전 미식의 세계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어 관람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풍속화 속에 담긴 먹거리 풍경은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보물급 회화들은 각기 다른 계층과 상황에서의 밥상을 비교해 보여준다. 그림 속 인물들이 쌈을 싸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식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친숙함을 선사한다. 특히 조선 후기 문인 이옥이 묘사한 쌈 먹는 법을 재구성한 영상은 관람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번 전시는 실제 음식을 전시하지 않으면서도 미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음식 모형 대신 고고학적 유물과 고문헌, 그리고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식문화에 담긴 사상과 예술을 버무려냈다. 장욱진의 '독'이나 변월룡의 '어머니' 같은 근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며, 밥상이 단순한 영양 섭취의 수단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문화 자산임을 강조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전국 51개 기관과 협력하여 보물 5점을 포함한 희귀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유홍준 관장은 이번 전시를 다양한 요소가 조화롭게 섞인 '비빔밥'에 비유하며, 한국 식문화의 정수를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노력했음을 밝혔다.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지며, 개막 직후 5일간은 무료 관람 혜택을 제공해 더 많은 시민이 우리 밥상의 역사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