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

‘보석 도난’은 예고된 인재…보안 공사 끝나는 데 앞으로 8년 더 걸린다

작성 : 2025.11.07. 오후 06:19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명성에 먹칠을 한 최근의 보석 도난 사건은 이미 예견된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프랑스 국립감사원이 절도 사건 발생 이전에 이미 박물관의 허술한 보안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한 보고서를 작성했던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감사원이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년부터 2024년까지의 운영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시스템은 심각한 허점을 안고 있었다. 2024년 현재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전시실은 전체의 39%에 불과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방문객과 수많은 귀중한 유물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보안 시스템의 부재는 박물관 내에서도 구역별로 심각한 편차를 보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걸려 있어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드농관의 CCTV 설치율은 64%로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은 리슐리외관은 전체 전시실의 4분의 1에만 카메라가 설치되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가까웠다. 더 큰 문제는 루브르 측이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도 수년간 방치해왔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박물관이 2018년부터 보안장비 현대화 계획을 검토했지만, 그 실행은 계속해서 지연되었다고 꼬집었다. 해당 계획은 지난해 말에야 겨우 입찰을 마쳤고, 실제 공사는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완료까지는 까마득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고서는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려면 수년이 더 걸려 2032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처럼 박물관의 핵심 의무인 유물 보호와 관람객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과도한 유물 구입 욕심’ 때문이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은 감사 대상 기간 동안 새로운 작품을 사들이는 데 무려 1억 500만 유로(약 1,500억 원)가 넘는 자체 재원을 쏟아부었다. 전시 공간을 화려하게 꾸미는 리모델링 비용으로도 6,350만 유로(약 920억 원)를 사용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낡은 건물을 유지 보수하고 기본적인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투입한 비용은 고작 2,670만 유로(약 380억 원)에 불과했다. 새로운 소장품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데만 혈안이 되어 정작 가장 중요한 기본을 소홀히 한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강력한 경고와 함께 구체적인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박물관이 당장 작품 구입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그렇게 확보된 여유 자금을 보안 및 안전 강화와 노후 건물 보수에 최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지어 입장권 판매 수익의 20%를 의무적으로 작품 구입에 사용하도록 한 내부 규정까지 폐지하라고 요구하며 박물관의 비정상적인 재원 배분 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왕실 보석 도난 사건은 경악스러운 경고 신호"라며, 재원 부족을 호소하는 루브르 측의 변명에 대해 박물관이 자체 수입만으로도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권고안의 즉각적인 실행을 강하게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