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베르베르 신작 출간, 한국서 세계 최초 공개

작성 : 2026.06.25. 오후 10:33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5일 서울 삼성동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신작 장편소설 『영혼의 왈츠』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번 작품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작가의 철학이 집약된 소설로, 전생이라는 신비로운 소재를 통해 인류 종말의 위기를 다룬다.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로 데뷔한 이래 전 세계 3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거장이며, 특히 한국에서만 3000쇄 인쇄라는 대기록을 세운 만큼 이번 방한 현장은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팬으로 가득 찼다.

 

신작 『영혼의 왈츠』는 작가의 전작인 『기억』과 『꿀벌의 예언』을 잇는 이른바 ‘판도라 연작’의 완결판 성격을 띤다. 소설은 주인공 외제니 톨레다노가 어머니로부터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전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운명적인 메시지를 받으며 시작된다. 주인공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전생 체험 능력을 통해 12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삶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혐오와 폭력을 해결할 단서를 찾는다. 작가는 선사시대와 현대 아포칼립스 상황을 교차시키며, 인류가 잃어버린 평화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베르베르는 이번 소설의 핵심 소재인 전생 체험이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퇴행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험해 왔으며, 이러한 실험적 과정이 소설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작가에게 전생은 단순한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현생의 복잡한 격동에서 벗어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도구다. 그는 주인공 외제니를 통해 독자들이 현재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역사의 승자가 아닌 패자의 시선에 주목한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에게 학살당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기록되지 못한 평화로운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독재를 강하게 비판하며, 문학이 역사의 단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보다 인간 의식의 성숙이 더 시급하다는 그의 일관된 메시지와 맥을 같이 한다.

 


과거 『뇌』와 같은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AI)의 등장을 예견했던 베르베르는 이제 AI가 자신에게 ‘과거의 주제’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기술적 변화보다는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같은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의식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신작이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상상력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내내 주빈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한국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25일 오후 번역가 전미연과의 대담을 시작으로, 27일과 28일에는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인간과 곤충의 세계를 넘나드는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친다. 닷새간 이어지는 이번 도서전 일정은 베르베르의 철학을 직접 확인하려는 독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도서전 현장 곳곳에서 독자들과 직접 마주하며 자신의 문학 세계를 공유하는 행보를 이어간다.